Wednesday, November 26, 2014

2007. 9. 6 정몽구 회장 항소심 선고 내용


  • "서민층이 집유원해…제3의 길 찾았다"…톡톡 튀는 정몽구 판결
  • 김진기자 mozartin@chosun.com 

  • 입력 : 2007.09.06 22:43 / 수정 : 2007.09.06 22:58
    •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6일 오후 선거공판을 받고 서울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6일 열린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이례적인 사회봉사 명령과 8400억원의 사회환원 명령을 내린 재판장의 주문(主文)도 특이했지만, 판결 선고 형태는 더욱 특이했다.
      판결문이나 요약문을 보고 읽는 다른 재판장과 달리 서울고법 형사10부 이재홍 수석부장판사는 피고인과 방청객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간간히 정 회장에게 질문도 곁들이며 선고를 했다.
      다음은 이 부장판사의 법정 선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참고로, 이 부장 판사는 법정에서 모두 경어체로 말했지만 현장 메모 형태로 평어체로 바꾸었다)
      <유·무죄 판단 부분>
      점심 잘 드셨느냐? 기분이 어떠시냐? 착잡하다. 점심 먹을 때 밥맛이 없더라. 어떻게 판결해도 반대 쪽 비판을 받을 거라고 예상한다. 솔직히 고백해서 재판부 내에서 장시간 격한 토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동료 후배 판사들과 검사, 변호사와 얘기했다. 언론인, 중개인, 자영업자 등 아는 사람과 얘기했다. 기자들도 질문 받은 적 있을 거다. 왜 이렇게 했냐면, 심지어 택시기사와 음식점 주인에게도 꼭 물었다. 서민층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왜 물었냐면 양형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무죄는 필요하지 않다. 가치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선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유·무죄 있어 대부분 인정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현대우주강공 유상증자 유·무죄 부분도 결론은 두 분 증거관계상 유죄로 인정했다. 배임성이 약하긴 하지만. 수치로 보면 우주항공이 65%, 강관이 50% 남짓이다. 애매해 다투어서 무죄로 할 수 있었지만 심사숙고한 결과 결론은 유죄로 하기로 했다.
      <농협이 정부관리기업체 인지 여부>
      농협이 정부관리체인지 김동진 피고인(현대차 부회장)과 관련해 교도소에 있는 정대근(농협중앙회장)씨도 관심이 많을 거다. 결론은 농협은 정부관리기업체가 아니라는 거다. 다른 고법 재판부와 결론을 달리했다. 재판부 생각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애를 키우면 70%는 간섭해 용돈도 주고 관여를 많이 한다. 대학에 가고 성년이 되면 독립해 커다란 추세만 관리한다. 농협은 성년이 된 자식이다. 실질적으로 지배를 받는 기업체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 기업체가 아니다.
      특가법 적용 여부는 법 1억 이상 뇌물을 받으면 징역 7년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 형량의 최하한이 살인죄의 2배다. 헌재는 위헌이 아니고 합헌이라고 했지만 나는 비합리적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제한적용을 작용해야 하고, 애매할 경우 피고인 이익에 유리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자율화돼야 한다.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양형에 있어 실형이냐 집유이냐가 쟁점이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김동진 씨는 집유를 선고 받았다. 지금도 문제인데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해 양형을 다시 고민했다. 이 사건은 실형을 선고할지 법정 구속할 지가 쟁점이다. 고법은 양형 최종심이다. 대법원은 양형을 할 수 없어 불구속 실형을 고려하지 않았다.
      실형할 경우 법정 구속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법원에 어려운 짐을 넘겨 비겁해 지고 싶지 않았다. 법정 구속할지 집유할지 고민하고 토론을 많이 했다.
      <실형 논리 소개>
      실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우리나라 재벌 폐해를 망라했다고 한다. 10~20% 자본을 가지고 개인기업처럼 운영하면서 수백억 비자금을 조성해 계열사를 부실화해 다른 계열사를 도왔다. 자식 경영권 승계를 편법으로 하고 개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승계하는 데 집착했다.
       사회공헌에는 관심이 없고 경제질서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정몽구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미국 엔론사는 이보다 액수가 작아도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고, 사회공헌도 마지못해 했으므로 구속해야 한다. 사회공헌을 약속했다고 집유를 하면 지켜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의 일부가 된다.
      재벌들에게 몇 년 살게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 실형을 해도 사면이 될 것이므로 사면 전에 구속되는 것이 도리다. 실형을 경험시키는 것이 중재질서 확보에 필요하다. 정몽구 회장 피고인은 중요해도 정몽구 회장 없이도 현대차는 망하지 않는다. 더 잘 될 수도 있다.
      <집행유예 논리 소개>
      반대 논리는 이렇다. 우리나라 현실상 대통령 등이 정치자금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 괘씸죄가 적용돼 해코지를 당하므로 기업을 하면서 비자금은 원천적으로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사회는 위선적이어서 투명 경영이 원칙만으로는 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
      해외를 개척하고 노사를 건수하는 데도 뒷돈이 필요하다. 계열사가 IMF 직후 위험에 빠졌을 때 정부가 빅딜을 종용하고 지시해 이렇게 어겼고, 한 계열사가 위험에 빠지면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자식 승계 문제도 자식에게 넘겨준다는 욕망은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돈과 기업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적법절차를 지키고 세금을 내면 된다. 비자금에서 개인이 쓴 부분도 작고 대부분 회사 위해 썼다. 소수 주주 돈은 뺏어 비자금 형성한 뒤 현대차와 그 사람 이익을 위해 썼고, 정 회장이 쓴 비자금은 전부 변제했다. 정치자금과 회사를 위해 쓴 돈까지 변제했다. 사회환원에 10배가 넘는 돈을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령에 실형 선고해서 뭐하나.
      <사면 논리는 안돼>
      양쪽 다 일리가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첫 번째 논리 중에서 사면론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법관은 사면을 고려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 그래서 고려하지 않았다. 사건 자체만 가지고 판단했다. 조금 있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법관이 어디 있나. 사면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제3의 길은 없을까 고민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현명한지, 제3의 길은 없는지 고민했다. 결점투성이인 인간인 것이 현실이다. 자연은 모순 덩어리고 잘못이 많다. ‘졸렌과 자인’, 법과 현실 간극이 존재한다. 어떻게 해결하는 가가 법관의 역할이다. 우리 현실에서 현대차는 경제 파급 효과 1위 기업이다. 현대차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몽구를 선두로 진두하는 도중에 법정구속이 옳은지 경제적 득을 최종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지 재판장도 국민으로서 생각했다. 사법부도 대한민국 사법부다. 경제가 위험에 빠졌는데, 도박하는 것은 꺼려진다.
      엔론 사태는 미국은 20개가 부도가 나도 존재가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는 부도가 나면 경제 회생이 불가능하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투명해지는 과도기에 있다. 과도기에 있는데 현재의 잣대를 대는 것에 회의가 든다. 아마 이 사건이 과도기 마지막일 텐데 엔론사 사주는 개인적 치부 때문에 그랬지만, 정 회장은 근본적으로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집유에만 있는 것은 문제가 있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 특이한 사회봉사 명령인가>
      그래서 결론을 사회봉사명령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것이 제3의 길이다. 주문 낭독 후 다시 얘기하겠지만 지켜지지 않으면 집행유예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강제력이 있다. 사회봉사는 세 가지를 해라.
      첫째로 사회공헌 하기로 한대로 복합문화시설을 짓고 문화, 스포츠 혜택을 잘 못 받는 서민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나 그 정도로 할 수 있도록 해라. 특히 접근이 금지되는 장애인 시설을 공용케 해야 한다. 약속했어도 정 회장도 사람인데 마음이 바뀔 수 있으므로 강제로 부과한다. 스스로 약속했지만 강제로 부과한다. 이번 약속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할 수 있지만, 600억을 이미 냈다. 올해 안에 600억을 더 내라. 7년 동안 1200억을 내라. 약속 지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부과하겠다.
      두 번째로 전경련 등 경제인 모임에서 2시간 이상 강의해라. 이번 사건을
      겪은 소감과 준법 경영에 대해 강의해라.
      세 번째로 국내 일간지나 경제전문잡지에 1회 이상 준법경영 주제로 기고해라. 강연할 때 정 회장 평소 말하는 게 어눌해서 어떨까 싶지만 경험이 많아 충분히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판결 확정된 뒤 6개월 이내에 기고를 해라.
      <판결 주문>
      정리하면 징역 3년에 62일을 산입하고 5년 집행을 유예한다.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다. 안 지킬 경우 취소할 수 있다.
      첫째, 전경련 회원들에게 준법경영에 대해 2시간 이상 강의를 하라. 1시간씩 2회 이상 하든지, 1회에 하든지 알아서 하라.
      둘째, 국내일간지에 준법경영에 대해 1회 이상 기고를 하라.
      셋째, 사회공헌 성실히 이행해라. 법정에서 얘기하고 제출한 대로 액수를 특정하겠다. 개인재산을 출연한 데 600억을 추가하라. 2013년까지 매년 1200억을 내 총 8400억을 출연하라. 저소득층 등 전국민이 무료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연시설을 만들고 지역별 복합문화센터를 세워 복지와 건립비용에 무료로 기금을 조성해라. 또 환경보전 사업 등에 사용해라.
      <김동진 부회장 부분>
      김동진 피고인은 실무상 깊이 관여했지만, 정 회장 양형과의 정의 관념 등을 적용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다. 또 회사 임직원 100명 이상에게 준법경영에 대해 1시간 이상 강연하고 일간지에 1회 이상 기고하라.
      <사회 봉사 통해 피해 회복하길>
      감옥에 넣어 두는 것이 만사가 아니라 무엇이 국가와 사회에 유익한지 먼저 생각했다. 다수의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은 1년 동안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1년 동안 유료로 공익활동 하는 것이 유익하다. 정몽구 피고인도 징역 3년보다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공헌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1년에 1200억은 적은 돈이 아니다. 모든 배당 수익을 다 투여해도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 구제도 신경 썼다. 사건을 처리할 때 피해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한다. 집행유예하면 피해자 구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보람이 없다.
      제3의 길은 사회 복지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사회 봉사를 포함한다. 사회봉사가 이런 통로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이 사건 선고의 가장 큰 의미는 여기에 있다. 정몽구 피고인은 사회공헌에 내는 돈을 아까워할 수도 있다. 정 회장이 자식에게 돈을 넘길 수 없어도 공헌에 재판 때 말한 시설을 지어 남겨 국민이 이용하게 한다면 국민에게 정몽구 회장 이름은 영원히 남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회공헌에 전력해라. 사회공헌이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경영승계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이바지해 달라.
      <판결 비판 달게 받겠다>
      여수 박람회 명예위원으로 위촉됐냐? 나한테도 심리 압박이 많이 됐다. 동계올림픽 유치한 러시아 대통령이 웃통 벗고 나와 몸짱 보여주기도 했는데 여수 꼭 유치하시라.
      여론조사 많이 했다. 기자들은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겠다. 두 개 직역에서 다 실형 선고 얘기가 많았다. 오히려 서민이 집행유예를 더 바라더라. 국민은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먹고 살게 나아지느냐가 주된 관심이다. 아이러닉하게 상층부는 실형해야 한다고 하고 서민층은 집행유예해야 한다고 하더라. 패러독스를 느꼈다. 정 피고인이 열심히 해야 한다.
      선고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화이트 칼라나 재벌에 대해 집유를 내려 많은 비판 제기될 것을 감안했다. 스스로 비판을 달게 받겠다. 재판 결과 정당성에 대해 확신한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 잘못이 있으면 달게 받겠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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