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봉 기자
최근 불교 진각종(眞覺宗)의 회정(悔淨) 정사가 종단의 행정 수반인 새 통리원장으로 선출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정 원장의 머리카락은 길었습니다. 흔히 밀교(密敎) 수행 종단으로 알려진 진각종은 조계종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조계종·태고종·천태종·진각종 등 불교 4대 종단과 원 부디즘(Won-Buddhism)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교화활동이 활발한 원불교의 교리 특징 등을 살펴봤습니다.
신준봉 기자
초파일에 연등을 켠 부산 삼광사의 야경. 천태종 사찰인 삼광사는 단일 사찰로는 신도 숫자가 전국 최대다. 36만 명이 연등 접수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연등 36만 개가 걸리지는 않는다. 33명이 공동으로 등 하나를 다는 ‘33인등’을 많이 달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조계종(曹溪宗)
『금강경』·화두 참선이 수행 기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1년 조사한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 불교 종단은 265개나 된다. 그 중 승려와 신도 숫자가 파악되지 않은 종단이 128개, 나머지가 137개다. 조계종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불교 종단이다. 규모가 제일 크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일제 치하, 해방 공간 등을 거치며 역대 정권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아서다. 조계종이라는 이름이 유명하다 보니 이름에 ‘조계종’을 집어넣은 종단이 수십 개다. 대한불교전통조계종, 대한불교정화조계종, 이런 식으로 말이다. 조계종의 공식 명칭은 대한불교조계종이다. 정확히 이 명칭이 아닌 조계종은 신문·방송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조계종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다시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조계종 산하 사찰은 2800여 개. 비구 스님은 6300여 명, 비구니 스님은 5600여 명, 합이 1만2000명가량이다. 조계종은 신도 수가 2000만 명이라고 신고했다. 물론 이는 부풀려진 숫자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불교 인구는 1072만 명이다.
한 종단의 종교적 지향을 짐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소의(所依)경전’이 뭔지를 살피는 것이다. 불교 경전이 8만가지나 되다 보니 어느 경전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그 종단의 특징이 드러난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은 『금강경』이다. 형상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하다는 공(空) 사상이 핵심인 경전이다. 조계종은 이를 바탕으로 특유의 화두(話頭) 참선을 주요 수행법으로 삼고 있다.
태고종(太古宗)
전체 승려 3분의 2 아내 있어
국내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종단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산하 사찰 수가 3200여 개. 비구 스님 6100여 명, 비구니 스님 1200여 명, 합해서 7300여 명 정도다. 신도가 637만 명이라고 신고했으나 역시 부정확한 수치다. 태고종 총무부장 능혜 스님은 “실제로는 500만 명쯤 된다”고 주장했다. 공식 명칭은 한국불교태고종. 태고종은 원래 조계종과 한 뿌리였다. 『금강경』은 태고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다. 다만 태고종은 『화엄경』 역시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다. 『화엄경』은 최고의 대승경전으로 평가 받는 경전으로, 분파적인 분열을 극복하고 만법을 조화롭게 통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경전으로 시작하는 불교』). 두 종단이 갈라진 결정적 이유는 승려의 결혼, 즉 대처(帶妻)의 관습이었다. 독신을 고수하는 비구승 측은 “심각한 계율 파괴”라고 비판했고, 대처승 측은 “외래 종교 불교가 이 땅에 뿌리 내리며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상이지 결코 없애야 할 일본 불교의 잔재는 아니다”라고 맞섰다. 결국 대처승을 절 밖으로 나가도록 한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諭示·담화) 등 진통을 거쳐 1970년 별도 종단으로 등록했다. 가장 큰 특징 역시 아내를 두는 취처(娶妻)다. ‘이념적 진보 종단’이라는 기치 아래 결혼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전체 승려의 3분의 1 정도는 독신이라고 한다. 상당수 사찰이 중앙 종단 소속인 조계종과 달리 90% 이상의 사찰이 설립자의 재산권을 철저히 인정하는 사설 사암이다. 홍가사(紅袈裟)를 입고, 불교음악·불화·단청 등 불교 문화 기능 보유자가 많다.
천태종(天台宗)
삼광사, 단일 사찰론 최대 규모
대한불교천태종. 2011년 종교 현황에 산하 사찰 350개, 비구 스님 150명, 비구니 스님 250명이라고 나와 있다. 신도 수는 250만 명이라고 한다. 정확한 신도 수는 역시 알 수 없지만 빠른 속도로 교세가 성장한 교단 중 하나다. 부산 삼광사가 대표적이다. 초파일 때 연등을 접수하는 인원이 36만 명이라고 한다. 삼광사는 이를 공식 신도 숫자로 잡는다. 단일 사찰로는 종단을 막론하고 전국 최대의 신자 규모라는 것. 전통적으로 불교세가 강한 부산에서 거대 종단 조계종의 교세를 위협할 정도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을 반복해 외우는 염불 위주의 비교적 쉬운 수행법, 사찰 운영 권한을 상당 부분 신도에게 넘긴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천태종은 여름·겨울철을 이용해 집중 수행하는 안거(安居)에 재가 불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종단의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에만 하안거 때마다 1000명의 재가자가 찾는다고 한다. 도심에서는 주경야선(晝耕夜禪) 원칙에 따라 낮에 출근해 일하고 밤에 절을 찾아 수행하는 직장인이 많다고 한다.
천태종은 연원이 고려 말 대각국사 의천(1055∼1101)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천태종은 중창조로 일컬어지는 상월(上月) 원각(圓覺·1911∼74) 대조사가 불교의 현대화·생활화·대중화 등을 내세우며 1967년 시작했다. 소의경전은 『법화경』. 역시 개인의 해탈을 추구하기보다 중생 구제에 방점을 찍는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신심 깊은 신도들로 구성된 참의원 제도를 두고 있다. 그만큼 재가자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진각종 (眞覺宗)
철저한 재가 불교 … 성직자 서로 결혼
진각종 관계자들은 불교를 크게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로 구분한다. 진각종 기획실장 혜언 정사는 “불법을 가르치는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천태종 등 현교의 경우 가르침의 주체가 석가모니 부처인데 반해 밀교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진리 자체, 즉 법신불을 가르침의 주체로 본다는 것. 부처가 수행을 통해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는 운동이 진각종이라는 설명이다. 성(性)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티베트 밀교와 대한불교진각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다. 오랜 역사의 밀교 전통을 이어받고 있지만 진각종은 비교적 젊은 종단이다. 1947년 회당(悔堂) 손규상(1902∼63) 대종사가 세웠다. 그는 원래 조계종 신도였다고 한다. 불교계 전체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만큼 기존 불교를 개혁하고자 했다. 수행 도량을 도심에 세우고 경전의 한글화를 꾀했다. 진각종의 도량은 절이라고 하지 않고 심인당(心印堂)이라고 부른다. 출가의 개념도 없다. 철저한 재가 불교다. 성직자는 반드시 서로 결혼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직자 아닌 일반인과는 결혼하지 않는다. 남성 성직자는 정사(正師), 여성 성직자는 전수(傳授)라고 한다. 머리도 기른다. 소의경전은 『대일경』 『금강정경』 『대승장엄보왕경』 등 다섯 가지다. 종교 현황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전국의 심인당은 120여 개, 정사는 139명, 전수는 173명, 전체 신도 수는 99만 명이다. 육자(六字)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는 게 수행 특징이다.
원불교(圓佛敎)
한국형 개혁 불교 … 1916년 창시
교조(敎祖)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의문을 품고 수행한 결과 1916년 큰 깨달음을 얻고 창시했다. 소태산 대종사는 스스로 깨닫고 나서 비로소 기존 종교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살펴본 결과 불교가 자신의 깨달음에 가장 가까웠다며 주변에 『금강경』을 읽을 것을 권했다고 한다. 원불교를 불교의 한 갈래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생각이 다르다. 인터넷을 두드려 보면 조계종 법륜 스님의 유튜브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법륜 스님은 “원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를 믿지 않는다. 교조가 따로 있다. 원불교 교도 스스로가 원불교는 불교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원불교 지도부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게 원광대 원불교학과 김도공 교수의 설명이다. “소태산대종사를 교조로 존경하는 것이지 신앙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한국형 개혁 불교라는 얘기다. 생활불교, 재가불교라는 설명이다. 원불교에서는 성직자를 교무라고 부른다. 하지만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에 재가 교도를 일정 비율 참석시킬 만큼 권한이 분산되어 있다. 영육쌍전(靈肉雙全)이라는 교리에 따라 마음 공부 이외에 물질적 토대를 닦는 일도 교단 차원에서 장려한다. 세상 모든 종교의 진리는 한 가지라는 동원도리(同源道理) 교리에 따라 종교 간 평화, 해외 교화에 힘쓴다. 일체의 불상은 오해를 부른다며 불법 자체를 상징하는 일원상을 모신다. 기본 교리를 밝힌 『정전』, 소태산 대종사의 어록인 『대종경』, 『금강경』 등을 소의경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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