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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춤추게 하는 방법
캔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한때 화제가 됐다. 칭찬보다는 처벌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신선한 내용으로 소개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의 내용에 반대할 생각도 없고 이 책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도 크다고 믿지만, 이 책의 제목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한계를 보여준다.
이 책은 칭찬 때문에 춤추는 고래는 원래 춤추고 싶지 않았다는 것, 어떻게든 이 고래를 춤추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원래 춤추고 싶어하는 고래에게는 칭찬이 필요 없다. 춤추고 싶지 않거나 춤출 이유가 없는 고래를 춤추게 할 때만 칭찬과 같은 외재적 동기(외부에서 주어진 보상이나 처벌)가 필요하다. 조련사가 원하는 시점, 원하는 장소에서 춤을 춰야 하는 동물원 돌고래에게는 칭찬이 필요하다. 하지만 넓은 바다에서 혼자 헤엄치는 자유로운 고래가 춤추고 물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누군가 옆에서 칭찬해서가 아니다. 바다의 고래는 춤추고 싶을 때 춤춘다. 바다의 고래에겐 칭찬이 아니라 아마도 그들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교육은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칭찬과 보상을 늘리려고 한다. 여전히 상점보다는 벌점이 흔하고, 많은 선생님이 공포, 불안, 처벌로 학생을 다루지만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한다. 문제는 여전히 모든 고래를 춤추게 하려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춤추고 싶은 고래와 춤추기 싫어하는 고래가 있는데, 모든 고래를 춤추게 하려고 칭찬하거나 채찍질한다. 학생들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서 너무나 다양한데, 교육은 모두 비슷한 것을 하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강한 칭찬과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 춤을 좋아하는 고래라도 아무 때나 춤추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다. 한국의 교육체계엔 ‘음악’이 있을까. 국영수 같은 전통적 학업을 좋아하는 학생에겐 필요한 ‘음악’을 틀어준다. 하지만 다른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겐 과연 무엇을 주고 있을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춤추고 싶은 고래가 춤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악’이지만, 춤추는 이유는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은 그저 환경적 요인이지 근본적 이유는 아니다. 춤추는 이유는 ‘재미’라는 내재적 동기다. 다른 이유는 없다. 교육체계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재미다. 학생 대부분에게 학교 자체는 재미있을 것이다. 교육이나 학업 때문이 아니라 친구 덕분이다. 친구와 수다 떨고, 함께 간식 먹고, 축구하고, 음악 듣고, 게임하는 건 너무나 재미있다. 하지만 공부를 재미있어하는 학생은 소수다. 독려해주면 그나마 공부에 재미를 붙여볼 학생도 절대 다수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양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는 세계 최하라는 건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 바다.
이들을 춤추게 하려면 학업과는 다른 ‘음악’을 틀어줘서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체계는 재미를 전염병이나 되는 듯 치부하는 것 같다. 똑같은 교육이라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지, 새로운 재미있는 교육을 추가할지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매일 국영수를 얼마나 쉽게 할 것인지만 고민한다. 국영수만 쉬워지면 가만히 있어도 청소년들이 즐거워서 춤을 출까. 재미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춤추는 고래는 미친 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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